한국은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지난달까지 이더(이더리움의 화폐 단위) 거래량 중 30~40%는 이더-원화 교환이 차지했다.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5일 이더-원화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20% 수준으로 현재 다소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비트코인-원화 거래량이 전체 거래의 6% 정도인 점과 한국 원화의 규모를 감안한다면 여전히 거래량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 국내 언론은 한국을 이더리움 “큰 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더리움은 가상화폐(암호화폐) 시가총액 기준 2위로 평가 받는다. 최초로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보여준 비트코인에 이어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도입하면서 ‘2세대 암호화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현재 존재하는 암호화폐들은 약 1100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더리움은 이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인기 있고 신뢰 받는 암호화폐 중 하나라는 뜻이다.

이처럼 대중적인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유독 한국에 몰려 있다는 것은 독특한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유망한 암호화폐로 통하는 이더리움의 거래량 상당량을 한국인이 좌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이 ‘이더의 민족’이라서 유독 이더리움을 사랑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 이유를 시원하게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우선 한국의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분단에 의해 항시적으로 전쟁 불안이 있는 한반도에서 안전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이 설명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한국인들의 “전쟁 불안 수준의 척도”가 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북미 대결로 한반도 군사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이더리움 시세도 오르는 모양새를 보였다. 당시 한국이 세계 이더리움 거래량의 약 40%를 차지했다. 특히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북한이 괌 포위 사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날 한국에서 이더리움 거래량은 비트코인보다 60% 이상 많았다.

국내 금융거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돼 있어 한국인들이 IT 기술에 친숙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암호화폐 특성상 온라인 접근성이 뛰어난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이더리움 거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들은 무언가 부족하다. 정치적 상황에 의한 안전 자산 선호, 금융거래 인프라 등의 변수는 한국인들이 암호화폐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왜 유독 이더리움인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EEA(Enterprise Ethereum Alliance)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EEA는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하기 위한 연합 프로젝트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등이 초기 회원사로 있었다. 지난 5월 말 삼성SDS가 국내 최초로 EEA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이 이더리움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EEA에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설명 역시 부족하다. EEA 때문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도 이더리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SDS의 참가가 공개되기 전에도 이미 한국 이더리움 거래량은 전체 거래의 35%에 달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객장 '코인원 블록스'ⓒ제공 : 뉴시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ICO 열풍’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올해 초 국내에서 ICO 열풍이 불었다”고 전했다. ICO에는 주로 이더리움이 사용된다. 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을 신규 암호화폐 발행 주체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해당 암호화폐 또는 토큰을 받는다. 이더리움을 제공 받은 측은 그것을 처분해 얻은 현금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때 ICO에 참여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이더리움을 구입하면서 거래량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최근 ICO에 대한 관심은 올해 초보다 한풀 꺾인 상태다. 지난달 29일부터 국내 ICO가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ICO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거래량이 유지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왠지 이더리움에 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블록체인 기술 개발자는 ‘타이밍’을 이유로 들었다. 국내 이더리움 모임에서도 활동하는 그는 “올해 초만 해도 한국어로 이더리움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부동산 투자가 얼어붙으면서 작년 말부터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국내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관심을 끌면서 급격히 대중화됐다. 그때는 이미 비트코인 상승세가 지나간 뒤였다.

그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들보다 한 발 늦게 뛰어든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올해 초 비트코인은 이미 시세가 오를 만큼 올라 ‘비싸다’는 심리가 있었다. 이에 더해 당시 암호화폐에 전문성이 있는 국내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의 기술적 가치 등을 설파했다. 때문에 이더리움에 주목하게 되면서 투자가 많아진 것 아니겠냐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일시적인 추세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뚜렷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

http://www.vop.co.kr/A00001209003.html